2012년 2월 26일 일요일

시승기 : 2012년식 스페셜라이즈드 에픽(Specialized Epic) S-WORKS 카본 29er

MTB 자전거라고 하면 대부분의 경우 앞뒤로 26인치 휠을 가진 자전거를 생각한다. 하지만 2012년에 들어서면서 일부 완성차 메이커를 중심으로 29인치 휠을 가진 MTB에 대한 적극적인 마케팅이 시작되는 분위기이다.

29인치 MTB가 그간 시장에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샥, 휠셋, 타이어, 튜브등의 부품이 26인치의 그것들과는 완전히 틀려서 공유되지 않기 때문에 부품의 수급 및 AS등의 염려로 인하여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했었다.

실제로 29인치 MTB의 역사는 198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당시는 MTB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은 시기였으며, 많은 시도가 있었다. 특히 MTB의 선구자인 게리피셔(Gary Fisher)와 찰리 캘리(Charlie Kelly) 그리고 지오프 앱스(Geoff Apps)는 700c 규격의 휠과 핀란드의 노키안 스노우타이어를 이용하여 29인치 MTB를 최초로 제작했었다.

700c는 주로 로드 또는 사이클로 크로스용 휠셋에 쓰이는 용어인데 외경 700mm 의 클린처(clincher) 타입 휠셋이라는 의미이며 ISO 622mm 휠과 동일한 의미이다.

참고로 622mm는 24.5inch이며 29인치라 하는 이유는 타이어까지 장착했을 때 휠의 외경이 약 29인치 정도가 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흔히 26인치 휠이라 부르는 것도 실제로 림의 외경은 559mm이며 인치로는 22inch이지만 타이어를 끼운 사이즈가 약 26인치이기에 그렇게 부르는 것이다.

현재는 해외 XC대회 참가자의 절반 이상이 29인치 자전거를 타고 참가하고 있는 실정이니 분명 뭔가 있긴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번에 시승해본 2012년 스페셜라이즈드 에픽 S-WORKS 29er 경우 26인치 제품과 동일한 부품사양을 가지고 있으나 휠과 관련된 부품류 (샥포크, 휠셋, 타이어, 튜브)및 프레임이 29인치 제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시승에 사용된 2012년식 스페셜라이즈드 에픽 에스워크 29er
눞혀놓고 찍었더니 영 모양이 안나온다...

무게는 풀샥에 29인치 휠이 달려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작 10.2kg 밖에 나가지 않는다. 참고로 현재도 완차사양 거의 그대로 타고 있는 필자의 08년식 스케일 30은 11kg... 풀샥이 하드테일보다 1kg이나 가볍다.

그리고 허브의 든든함이 돋보였다. 앞바퀴는 QR방식이고 뒷 휠은 145mm 허브에 12mm 액슬방식이다. 물론 S-WORKS의 이름에 걸맞게 볼트체결 방식은 당연히 아니고 QR과 같이 쉽게 탈착이 가능하도록 되어있다.

게다가 카본림의 Roval 휠셋은 특이하게 스포크의 3/4은 검정색의 둥근 스포크이고 1/4은 붉은색의 에어로 스포크이다. 그렇게 셋팅된 정확한 이유는 알수 없으나 요즘말로 '간디작살'이다.

포크에는 29인치라고 써있고 로발 휠셋
1/4은 붉은색 에어로 스포크, 3/4는 검정색의
둥근 스포크조합에 카본 림.
구동계는 모두 XTR이고 앞 체인링은 2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샥포크는 락샥 시드 브레인, 뒷샥은 카시마 코팅된 폭스 브레인샥으로 구성되어있다.

29인치 브레인 샥포크 - 략샥에서 제조
폭스 카시마 코팅 브레인 샥

그런데 휠의 사이즈가 틀려졌으니 당연히 바퀴주변의 부품이 변하는것은 이해가 가는데 프레임도 변했다...

휠이 3인치가 커졌다는 것은 약7.5cm가 커졌다는 것이며 바퀴 중심을 기준으로 약 3.75cm가 더 커졌다는 뜻이다.

만일 26인치 프레임에 29인치 휠이 들어간다고 가정하였을 때 - 실제로 싯스테이 및 체인스테이에 걸려서 들어가지 않는다 - BB 및 핸들바의 높이가 3.75cm가 높아진다는 의미이며 이로 인해 무게중심이 높아지면 주행시 불안정해지는 문제점이 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휠의 중심을 기준으로 26인치와 비교하여 더 긴 체인스테이를 가지면서 BB고(高)는 낮고 헤드튜브가 짧아야 하므로 전체적인 지오메트리가 변한 새로운 프레임이 필요하다.

이렇게 쓰고보니 변하지 않은것은 구동계, 브레이크, 핸들바, 안장정도이니 절반정도 변했다고 봐도 무방하겠다...^ ^

그렇다면 실제 29인치를 타고 주행했을 때의 느낌은 어떠한가?

테스트의 객관성을 위하여 평소에 자주다니는 적절한 오르막과 내리막 그리고 계단등이 포함된 싱글트랙에서 주행하여 보았다.

우선 업힐...

평소에 26인치 하드테일과 올마로 자주 다니는 코스이지만 느낌이 완전히 틀리다.
바퀴에 걸리는 자잘한 요철의 느낌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특히 업힐은 느린속도로 주행하기 때문에 높이 약 5cm정도의 나무뿌리나 자갈도 26인치로 치고 나갈때는 앞바퀴에 턱턱 걸리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29인치는 그러한 느낌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덕분에 부드럽게 넘어갈수 있었다.

사실 시승 전에는 휠의 사이즈가 크기 때문에 업힐시 힘에서 손실이 생길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턱을 만나도 부드럽게 치고 올라가니 속도 손실이 적어 오히려 전체적으로는 힘에서 이득을 보는 느낌이다.

무게중심도 잘 잡힌다. 휠의 중심에 비하여 BB의 높이가 낮아지다보니 실제보다 무게중심이 낮아지는 효과가 생겼다. 덕분에 업힐을 위한 과격한 페달링에서도 좌우로 중심의 흐트러짐없이 치고 올라갈 수 있었다.

다운힐...

업힐에서 느꼈던 부드러움이 다운힐에서도 이어졌다. 단지 7cm커진 바퀴로 인해 이렇게 부드러운 주행이 가능하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도대체 이렇게 부드러운 주행이 가능한 이유는 무엇일까?
약간은 과장된 아래의 그림들을 보면 쉽게 이해가 갈것이다.

우선 그림의 의미를 설명하자면...

고정된 붉은 선 : 노면의 요철
움직이는 붉은 원 : 휠의 외경
고정된 푸른 선 : 휠의 중심이 지나간 궤적

26인치일 경우와 29인치일 경우 모두 동일한 폭과 크기를 가진 요철위를 지나게 된다.
26인치 휠이 요철을 지날때의 모습
26인치 휠이 요철을 지날때에는 우측의 좁은 요철을 지날 때에도 좌측의 넓은 요철을 지날 때에도 바퀴의 반지름만큼만 빠진 상태로 모든 낙차를 경험하게 된다.
29인치 휠이 요철을 지날때의 모습
그러나 29인치 휠이 요철을 지날 때에는 우측의 좁은 요철을 지날 때는 낙차의 일부만 거쳐가고 넓은 요철에서만 모든 낙차를 경험할 뿐만 아니라 궤적자체가 부드럽게 그려진다.

위의 그림만 보아도 29인치의 특성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접지력...

바퀴 큰것이랑 접지력이랑 무슨상관이람?... 이라 생각하시는 분들은 이 그림도 한번 봐 주시길
휠 사이즈에 따른 접지 면적

29인치 바퀴와 26인치 바퀴를 과장하여 그리고 하단의 검은 선이 타이어의 단면(라이딩시 압력에 의해 눌려 지면과 접하는 면)이라고 가정할 경우 파란색의 면적이 붉은색의 면적보다 미세하게 큰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바퀴사이즈가 약 10% 큰 만큼 접지면적 또한 약 10%정도 넓어진 것이다.

이로 인하여 향상된 접지력은 업힐시 뒤에서 밀어주는 보다 많은 힘의 전달... 그리고 다운힐 시에는 보다 높은 브레이킹 능력과 연결된다.

샥...

스페셜라이즈드 에픽 기종은 전통적으로 FSR 링크에 앞, 뒤 모두 브레인샥을 사용한다.
브레인샥의 특징은 위에서 누르는 힘에는 작동을 안하고 아래에서 치고 올라오는 힘에는 반응을 하는 샥이다. 확실히 업힐시에는 페달링으로 인한 바빙을 느끼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다운힐 시에는 뭔가 한박자 늦는듯한 느낌이 계속되었다.

충격을 받으면 샥이 바로 반응하여 충격을 흡수해야 하는데 요철에 부딪히는 순간에는 전혀 충격흡수가 안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가도 충격이 감소하는 이상 야릇한 느낌...

일반 에어샥과 달리 브레인 샥은 충격을 흡수할 때 한번 탁 걸리는 느낌이 난다.
코너링...

접지가 좋은 만큼 코너링도 안정적이다. 단, 바퀴가 큰 만큼 날카로운 코너링에서는 생각했던것 보다 더 핸들을 돌려주거나 자전거를 눕혀주어야 했다. 적응하기에 따라서 별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으나 컨트롤에 능숙하여 빠른 속도로 날카로운 코너를 빠져나가는 등의 라이딩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약간은 아쉬울 수 있을 것 같다.

전반적으로 29인치 자전거는 분명히 메리트가 있다. 특히 XC 대회라이딩, 임도라이딩, 비교적 노면이 거칠지만 회전 반경이 작지 않은 싱글라이딩까지는 충분히 좋은 결과가 예상된다. 단, 샥의 약간은 느린 반응이 개인적으로는 아쉽다. 도로나 임도만 탄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으나 스페셜라이즈드 에픽 S WORKS 카본 29인치를 가지고 도로와 임도만 탄다면 너무 아깝지 않은가...

마지막으로 장단점을 정리하면서 마무리 하겠다.

장점

  1. 향상된 접지력
  2. 우수한 요철 돌파 능력
  3. 전반적으로 적어진 힘 손실
단점
  1. 약간은 느린 브레인샥의 반응
  2. 무뎌진 코너링
  3. 아직은 원활하지 않은 부품의 수급

댓글 없음:

댓글 쓰기